개념있는 세상

할매네 정원에 있던 엄청나게 거대한 나무인데, 사진 하단에 쓰러져있는 나무기둥만한 가지가 거의 부러질듯 말듯 한 상황이라 위험하다고 판단한 할매가 Tree doctor(나무위에 올라서 있는 아저씨)를 불러서 처리해버린 상황이다.

 

 

 몇주의 생활 후 무료해지고 지친 나의 우프생활. 신선하고 즐겁긴 하지만 뭔가 공허한 느낌은 지울수가 없다. 세컨따기 힘들구나..(비단 세컨때문에 우프를 하는건 아니지만..)

 

 

집 옆면에서 찍은 사진

 

 

새로운 wwoofer가 온다고 해서 내심 기대했었는데, 이름이 Nick인 호주인 아저씨가 왔다. 이나라 사람들도 우프를 꽤 한다는걸 알게되었다. 생각을 해보니, 평생 구석구석 돌아도 모자르지 않을 만큼 큰 땅떵어리에 사는만큼, 여행겸 봉사활동 겸 우프를 한다는 것이 현지인들에게도 괜찮은 경험일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이 아저씨 일 엄청나게 잘한다. 할매할배가 돈주고 기술자 부른 건줄 알았다는..

사진은 내가 통나무에 페인트칠을 하고 말리면 닉이 나무에 드릴질을 하고 뭐 그런 작업을 하는 중이다ㅋ

 

몇일 전에 벌한테 목에 3,4방 쏘인 덕분에, 아직까지 부어서 간질간질 한 덕분에, 트라우마는 없지만 그래도 할배가 닉한테 양봉 설명해주는동안 살짝 쫄아서 뒤에서 조수노릇만 하고 있는 상황ㅋㅋ

 

닉도 살짝 쫄았다는걸 느낄 수 있었지만, 나이가 나보다 삼촌뻘인지라 그래도 내색은 하지않았다. 남자네!!

 

할배가 벌통안에 들은 판때기 중 하나에서 껍데기를 칼로 벗겨내고 있다.

이 작업을 할때 쓰는 칼은 뜨거워야 한다. 그래야 껍데기가 녹으면서 잘 벗겨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옆에 전기식 냄비에 물을 대펴놓고 칼을 거기에 얹어놓고 이 작업을 한다.

 

닉이 따라해보지만 엉망진창이다. 그래도 착한 할배 존은 칭찬해준다. 칼로 내 차나 긁지마라.

 

 

할매가 껍데기 긁어내는 영상!

 

겉의 껍질을 벗겨낸 판때기 두개를 장치에 끼운 뒤, 돌려서 원심력으로 꿀을 빼내는 작업 영상!

 

 

닉과 존이 어디에 무언가를 구입하러 간 동안(나중에 알고보니 시멘트작업을 할 공구들을 사러 간던 것) 나는 비료(compost)를 이 통에 삽질해 담는 작업을 했다. 나무 가지치기 등의 작업을 하고 나면 그 잔여물들을 따로 모아 태양볕 아래 깔아 두면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얇아지고 으깨지고.. 여튼 일종의 변화가 생기는데, 이것을 비료로 사용하는 듯 했다. 비료로서 준비가 완전히 덜 되었으므로 이것들을 이 통안에 넣은 후 시간이 지나면 정말 비료처럼 생긴(?) 물질로 변하게 된다.

 

아까 위에서 내가 페인트칠을 하고 닉이 드릴작업을 해서 완성시킨 통나무들을 땅에 박고 있다.

쉬워보이는가..ㅋ

통나무가 튼튼하게 박힌 상태로 유지시키기 위해 깊이만 엄청나게 깊이 판것 같다. 그리고 통나무 옆의 남는 틈새를 단단하게 메꾸기 위해 자갈들을 모아서 통나무 주위의 틈새로 부은 뒤, 지금 닉이 들고있는 봉으로 자갈을 으깨어 가면서 흙을 묻어야 한다.

통나무 몇개를 가지런히 일정한 간격으로 묻은 후 철사를 연결해서 팽팽하게 한다.

알고보니 이것들은 키위나무 덩굴을 철사 주위로 자라게 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어 주는 작업이었던 거다.

완성된 상태를 보고 좋아 죽을려 한 할매가 생각난다ㅋ

그리고 지금 할매가 사진찍어야 한다고 작업중에 와서 포즈 취하라고 해서 억지로 사진 찍히고 있는거다ㅋㅋ

 

지금도 할매가 포즈취하라고 해서..ㅋ

존과 마가렛은 정말 결혼 50주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darling, my love 이러면서(여기는 보통 이러는것 같긴 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곤 해서 정말 부럽기도 하고 본받을 만한 문화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마가렛이 없을때 존은 입을 씰룩거리면서 비꼬는 말투로 돌변한 채, 마누라를 은근히 뒷담화할 때도 있지만, 예를 들면,

할매가 정신이 없어서 digger(작은 모종삽같은 것)를 자주 잃어버리곤 하는데, 존은 은근히 비꼬면서 "찾아놓으면 저~기 갖다놓고, 잃어버렸다 해놓고 옆에 두고 못찾고 있고, 다음날 또 찾아야 되고, 또 잃어버리고, 아주 재밌어. 이건 뭐 big game과도 같지. 허허....-_-" 뭐 이런 상황들 ㅋㅋ

그래도 여전히 할매를 사랑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닉은 3일만 바짝 일을 도와주고 떠난다. 시드니에서 왔는데, 위쪽 Bundaberg로 갈 일이 있어(낚시, 캠핑 등) 잠시 들렀던 것이다.

처자식도 있는데 정말 자유롭고 행복하게 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정말 좋은 아저씨였는데,, 기회되면 다시 만나보고 싶다. 그나저나 사진 찍은거 메일로 보내준다더니 아직 안보내주고 있다.(현재는 사진으로부터 한달쯤 지난 상황ㅋ)

 

닉도 우리를 찍어주겠다며 갑자기 사진을 찍는 바람에 셋 다 어색한 표정 ㅋㅋ

 

우프를 시작한 후로, 이발은 물론 면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냥 자연에 귀속된 채로 이 생활을 느껴보고 싶, 기는 개뿔. 그냥 귀찮다.

 

 

닉이 가고난 후, 나는 또 할매의 주요 작업중 하나인 잡초제거작업을 시작하였고, 할매의 능글맞은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끊어지는 허리의 통증을 감내해가며 곡괭이질을 해댔다.. 이거 뿌리 보이는가... 이거 뽑아낼라면 허리 끊아진다 진짜. 미챠뿐다...

 

할매 웃지마라. 내 허리 끊아진다 진짜..

 

키위나무 덩굴 주위로 놀러온 새 한마리.. 이곳에서 매일 듣던 가지각색의 아름다운 새소리를 잊을 수 없다.

웃음소리를 내는 새부터 시작해서 아기울음소리를 내는 cat bird까지.. 모든 새가 각기의 울음소리를 시끄럽게 내면 hawk가 와서 공격한다는 설명을 할매가 해 줬는데 그 설명을 해준 후 머지않아 실제 상황을 보게 된 기억..

모든 것이 소중하다 :)

 

할매. 사진 찍어준다매. 찍을라면 제대로 찍어줘야지 뭐고 이게...

 

 

이 우프 농가를 떠나기 전날, 마지막으로 집 입구에서 찍은 사진.

첫날에 밤에 도착하는 바람에 이 집을 못찾고 헤메다가 2번지가 아닌 12번지로 차끌고 들어갔다 다시 나온 추억..

할매가 친절하긴 하지만 너무 자기 농가에 일을 진척시킬려는 의지로 인한 다양하지 못한 작업의 부여, 너무 아끼고 너무 꼼꼼하다 보니 젊은 사람으로서 일하는데 스트레스가 있었던 부분, 어찌됐든 나는 3달뒤엔 케언즈까지 올라가야 하니 위로 위로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적인 이유 등으로 다른 우프집으로 이동하게 된다.

 

할매가 해주던 음식. 마지막 만찬의 사진..

우프를 하면서 느끼지만, vegetarian meal을 그리 좋게 기대하진 않았는데(못먹는 것이 없기에, 맛없을 거란 생각은 안했지만ㅋ)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았다. 이 그림엔 고기도 섞여 있지만, 나머지 채소들에 대해서 그렇다는 말이다. 모두 유기농이고 신선하고, 우리처럼 짜고 맵게 먹지 않기에 건강에도 훨씬 좋은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능하다면 한국에서도 그런 식단을 섭취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이리하여, 23일간의 첫 우프농가의 생활을 마치고 다음 장소인 Childers(Bundaberg 약간 아래)로 이동하게 되는데..현재 이 두번째 농가에서 포스팅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 호스트 아줌마가 말하길, 내가 첫번째 농가에서 마가렛과 존을 위해 한 작업은 세컨 비자를 따기 위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한다.

7월 1일 부로 법이 좀 바뀌어서, 일반 가정에서 취미로 운영하는 뒤뜰 정원 작업은, 경제적인 상업적 목적에 관련되지 않은 그저 자기 가족이 편하자고 우퍼를 들이는 것과도 같은 상황이라 판단되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경제적 이윤을 창출해내는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일을 위해 우퍼를 고용한 경우에는 괜찮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이민성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어쨌든 그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알아봤다고 생각했지만 워낙에 이 법이라는게 기준이 모호하고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라, 외국인인 나로서는 쉽지않은 부분이었다.

그 때문에, 존 마가렛 부부가 세컨비자 사인을 해주지 못한다고 말을 했어야 했는데, 왜 그냥 나한테 일을 시켰을까 원망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노부부가 이런것들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까, 정말 법 개정에 대해 모르고 나를 썼던 거라고 확신하고, 또 그렇게 믿고 싶다.

 

세컨만 따면,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곳들을 찾아서 자유롭게 가야지!!

 

Posted by 태인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