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있는 세상

  
크게 보기                                                                                                                                                                                                                                                              크게 보기

 

 

세컨 비자를 위해 피같은 돈을 포기하고 잉햄을 한달이나 일찍 그만둔 나는, 최대한 안정적으로 세컨비자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우프를 택하게 된다. 참고로 내 비자 만료일은 31th, Oct, 우프 시작일은 22th, July 였다.

고로 88일을 채우기 위해서는 쭉~~ 달려야 된다는 말이다. 일주일 정도 여유 있긴 하지만 여유 부릴 새가 없다는 건 남은 날 수를 보면 알겠지?

 

우프 시작일 이틀 전까지(20th, July) 잉햄에서 일을 쭉 하고(일주일에 택스포함 1,000불이 넘는 금액을 4주치를 못벌고 그만두게 되는 상황이라, 우프를 바쁘고 촉박하게 시작하게 되더라도 일을 최대한 늦게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22일 일요일부터 우프를 시작하기로 하였는데, 전날 토요일까지도 호스트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게 생각보다 힘들더라.

그냥 경험삼아 여행삼아 여행자로서 하는 우프는 대충 보고 아무곳이나 결정해서 가면 되겠지만, 세컨비자와 관련된 사항들이 걸리니 많은 것을 고려하게 되어, 생각만큼 잘 컨택이 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결국 토요일 오후에 Margaret과 John의 집에 간다고 결정하고(아무래도 노인분들이시라 세컨비자 획득에 위험요소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다른집을 고려하던 중이었다..결국 나중에는 문제가 생기게 되지만...그 문제라는 것은 추후에 포스팅하도록 하겠다) 일요일 저녁때 해가지고 나서야 도착하게 된다.

 

 

들어가기전 집 앞.

 

 

 

방은 독방이라 좋았다. 겨울인데다 시골이라 더 추운듯 느껴져 한국식 온돌난방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지만.. 다행히 전기요가 있어 그나마 이불속은 따뜻했다ㅋ 

 

 

들어가니 마가렛과 존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내가 생각햇던 것보다 나이가 더 든 70대 중반 노인분들이셨다. 시간이 오래 지난 후 포스팅을 하자니 많은 기억이 소실된 듯한 느낌...

 

다음날 바로 일을 시작하게 되는데, 잉햄 야간반을 다니다가 아침7시에 일어나려니 생체리듬이 꼬인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개운한 기분으로 호주 시골의 맑은 공기를 마시니 상쾌했다.

 

요놈은 마가렛 할매가 애지중지 하는 애완 닭 Chookie(추키)인데 내 생애 닭이 귀엽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다. 진짜 개같다. 말이 좀 그래서 그렇지 진짜 개같이, 애완용 개같이 사람을 잘 따라다닌다ㅋㅋ 처음엔 곡괭이질 하는데도 도망은커녕 옆으로 바짝 붙어서 떠나질 않아 당황했던 기억이..

 

추키와 한 컷. 다리가 잘빠졌구나 이놈. 아. 놈이 아니구나. 마가렛이 항상 She, Her...blabla...

하긴 마가렛할매는 집 주변 모든 동물들을 it이라고 하지 않고 she 아니면 he 라고 하긴 했지만..ㅋㅋ

 

잘나왔네. 각도 좋고!

 

이놈의 곡괭이로 잡초 뽑아낸다고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 weeding을 얕봤어..

 

 

바나나 나무에 올라 덜자란 바나나 뭉치를 커버로 덮어주는 작업중.. 이걸 해주지 않으면 새가 다 뜯어먹어버린다고 한다 ㅋㅋ

 

 

입구에서 본 대낮의 전경

 

 

내 차 옆에서 추키에게 "Hello, darling~" 하면서 먹이를 주고 있는 Margaret 할매.

할매는 나에게 수시로 추키가 하는 말을 통역해 주곤 했다.

"She just said she was still hungry~" 이런 식으로..

웃긴건 난 그말을 믿었고, 정말 사실같았다.ㅋㅋㅋㅋ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이 들을 수 있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들만이 진실은 아니다.

 

자주자주 뒷문앞까지 기어올라 온다.

 

 

집 아래에 빈 공간에 차를 주차하곤 했는데, 여기에 추키의 보금자리가 있다.

알을 낳지 못한지 6개월이 넘었었는데, 내가 오고나서 일주일쯤 지나자 다시 알을 낳기 시작해 뛸듯이 기뻐한 할매의 모습이 떠오른다. 머 결국 다시 못낳게 되긴 했지만..ㅋㅋ

여하튼 아래 사진은 주변을 돌아다니다 해가지고 돌아온 뒤의 차고 모습..(우프를 하면서 남는 시간에는 주변의 명소들을 다 헤집고 돌아다녔다. 이래서 호주에선 차가 있어야 하나 보다)

 

 

추키에게 직접 개인적으로 내가 주는 풀때기를 한번 먹어보지 않겠냐며 제안하는 모습..

 

 

벌집들!!

처음에 솔직히 살짝 쫄아서 빙 둘러 다녔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환경에 익숙해지고 나서는 가까이 다녀도 바로앞으로만 지나가지 않으면 괜찮았다.

 

 

세상엔 무수히 많은 잡초가 있고, 다들 군대에서든 어디에서든 잡초제거 작업은 한번쯤 해봤겠지만..

나의 경우 이렇게 본격적으로 잡초제거를 해본 적은 처음이다.

정말 많은 종류의 잡초중에, 옷에 가시가 달라붙어서 성가신 잡초, 곡괭이질 한번으로 뿌리를 타격해서 뜯어내기만 하면 되는 수월한 잡초, 그냥 살짝 뽑으면 뿌리까지 수욱~ 뽑혀 올라오는 같잖은 잡초,

그리고.......

위,아래의 사진과 같이 잎은 가녀린 듯 내숭을 떨고 있지만 곡괭이질 몇번으로도 뽑아내기 힘들 뿐더러 강력한 뿌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어 허리힘을 가득 실어야만 뽑을 수있는,,, 뽑아내다보면 뿌리가 이곳저곳 퍼져 있어 계속 작업을 하다보면 처음 시작했던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무늬만 눈에 띄어도 허리에 통증이 오는 그런 잡초도 있다..

이놈은 줄기 부분은 찍찍이 처럼 온데 다 달라붙는 더러운 속성 또한 가지고 있어서 Velcro라고 불리기도 했다.

더군다나 이 집은 Organic으로 모든 작물을 길러서 잡초도 poisoning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고, 모든걸 사람 손으로 직접 해야 정말 organic이라는 생각 + 노인분들의 약간 오래된 구식 사상 + 무엇이든 너무나 아껴쓰는 버릇, 이것들이 섞여서 모든 작업을 힘들게 만들었다. weeding도 그 덕택에 다른 농가들보다 더 힘들게 한 것일테고. ㅋ 좋은경험이었다.

일을 시키는 사람에게 싫은 마음을 싫다고 표현하지 못하는 내 성격상,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음에도 은근~히 일을 더 하게 만드는 할매에게도 싫다고 하지못하고, 이 작업을 그냥 weeding이 아니고 war이라고 할매에게 표현하곤 했다ㅋㅋ

 

"뿌리를 뽑아야 한다" 라는 말을 많이들 하지만 그게 정말 말처럼 쉬운게 절대 아님을,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단단히 결심을 하고 행해야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비유를 쓰는 현실 상황에서는 이것보다 더 힘들것이라 짐작이 간다.

 

 

사과나무였던가? 맞지싶다. 수직으로(vertical) 말고 수평으로(horizontal)하게 가지가 뻗어야 열매가 맛이 좋고..기타 여러 이유로 그렇게 해줘야 한다고 해서,, 벽돌 줏어모으고 모아뒀던 우유통에 물 넣어서 준비하고 해서 이렇게 가지를 수평으로 만들어 주었다.

이 부부는 끈 하나하나도 버리는 법이 없고, 여기저기에 버리지 않고 두었던 모든 것들을 활용해서 작업을 한다. 쓰레기통에 무엇을 버릴 일이 없는 생활을.. 문명에서 벗어난 것만 같았다.ㅋ

하지만 덕분에 우리가 얼마나 과소비를 하고 사는지, 얼마나 쓸데없는 쓰레기와 훗날 감당이 안될 많은 오염요소들을 만들어내며 사는지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의 깨달음으로서, 너무 아껴도 문제겠구나..하는 생각또한.ㅋ 

 

 

저 위에 사진에 나온 벌통들 중 하나이다. 벌통이 꿀로 가득 찼을거라는 판단이 되면 양봉 작업복을 착용하고 통을 들어낸 후 꿀을 수집한다.

 

작업중인 존 할배. 참 착한 분이셨다.

실업문제, 생태계 파괴, 사람들의 이기주의, 젊은 세대가 세상을 제대로 다시 바꿔야 한다 등의 주제로 몇시간 대화했던 기억.. :)

 

요것은 Smoker라고 불리는 것인데, 양봉작업을 시작하기전 천조각에 불을 붙이고 솔방울을 같이 속에 집어넣고, 벌이 모여드는곳에 뿌려주면 벌이 도망간다고 하나,,, 벌이 그렇게 도망가는 것 같진 않았다. 공장일을 할 때 휴식시간을 smokeo라고 했었는데 이와 발음이 유사하여 첨에 할매할배가 이 얘길 꺼냈을 때 휴식시간 주려나? 생각했었다. ㅋㅋ

 

요 벌집같은것들 안에 꿀이 막 차있다. 직접먹어봤는데.. 맛있더라..

벌들은 계속 꿀에 모인다. 미친듯이 모인다..

 

결국 겁없이 smoker하나 믿고 주변을 알짱대다가 목에만 벌침 세 방을 쏘였다.

당일날 5시간 넘게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던 기억..ㅋ

어무이가 공짜로 벌침맞아서 좋네~! 하셨던 걸 할매에게 들려주자 엄청 재밌어 하시더라.

귀여운 할매..

 

아이고... 에구 디다..에구 뎌라.. 몸이 편찮으셔서 항상 일할때 끙끙 앓으시던 존 할배.

꿀이 가득찬 벌집 판때기 하나에서 껍데기 부분을 걷어내고 있는 중이시다.

 

껍데기 부분을 걷어내고 난 벌집 판때기 두개를 이 통에 꽂고, 저 손잡이 부분을 빙빙 돌리면 원심력으로 인해 꿀이 사방으로 튀어서 결국 이 통의 밑바닥에 쌓이게 된다.

이로써 양봉작업은 마무리 되고, 목은 붓고, 가렵고..

양봉해봤는가!!???

아는 동생 중 한명은 내가 경험 경험 하니까 경험론자라고 농담삼아 놀리곤 하지만, 정말이다.

경험만큼 소중한 것이 어디있겠는가. 젊어서 도둑질 빼고 다해봐야지!

 

이상 호주와서 블로그를 시작해야지 시작해야지 하다가 9개월이 다되어서야 시작한 첫번째 포스팅이었습니다^^

Posted by 태인배